한국시단의 균형주의자 - 최하림(崔夏林, 1939-2010)
최하림은 1939년 목포의 어느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의 집안은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를 다닐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고 한다. 6세에서 11세까지 화가인 수화 김환기의 고향 신안군 안좌도 기좌 리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가 다시 목포로 나와 오거리 일대를 중심 으로 문학청년기를 보냈다. 1962년 김현, 김승옥 등과 함께 산문시대 동인을 결성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동인지 [산문시대]를 5집까지 발간하였다.
박석규·원동석·김소남·양계탁 등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리는 등 연극에도 관심을 보였다.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던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빈약한 올페의 회상]이 당선되어 시단에 나왔다. 1965년 이후 약 30년 동안 서울생활을 하다가 1988년 광주로 내려 와 10년 동안 전남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했다. 은퇴하여 충북 영동 산골에서 살다가 경기도 양수리로 다시 이주하여 창작에 전념하였다.
최하림은 우리 시단의 균형주의자로 잘 알려진 중진시인이다.그는 "김현이 아폴로였다면 김지하는 디오니소스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는 이 두 사람을 합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의 시 세계는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이를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적 사유도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이 적당이 혼융되어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최하림의 시에 나타난 목포 역시 첫 시집『우리들을 위하여』에 집중되어 있다.그는 문학청년시절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발레리의 시집 『해변의 묘지』에 경도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첫 시집에는 지중해의 몽환적 이미지가 넘실거린다. [황혼] 등 초기시의 주요 무대는 목포 대반동 바닷가이다. 바다에 관련된 모든 시가 이곳을 배경으로 창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바다와 관련된 시는 구체적인 삶이 살아 있는 건강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둠과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추상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집으로 『우리들을 위하여』(1976), 『작은 마을에서』(1982), 『겨울꽃』(1985), 『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보이는 심연으로(1991), 『굴참나무숲으로 아이들이 온다』 (1998), 『풍경 뒤의 풍경』(2001),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2005) 등이 있으며,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미술 에세이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 『자유인의 초상』, 산문집 『멀리 보이는 마을』 등을 펴냈다. 조연현문학상, 이산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문학부문 최우수상(2005)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