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필문학의 비조 - 청천(聽川) - 김진섭(金晋燮, 1903-6.25 때 납북)
김진섭은 목포시 남교동(죽동) 135번지에서 당시 무안감리서의 관리로 근무하던 김락헌(경북 안동 출신)의 아들로 태어나, 양정고보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호세이(法政)대학 독문과를 나왔다.1926년 손우성, 이하윤, 정인섭 등과 해외문학연구회를 결성하여 해외문학창간에 참여하였으며, 카프의 프롤레타리아문학과 대결하여 해외문학 소개에 진력하였다.
평론 표현주의 문학론을 비롯하여 독일문학을 번역 소개하고, 귀국 후에는 지금의 서울대 전신인 경성제대 도서관 촉탁(囑託, 임시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서항석, 이헌구, 유치진 등과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였다.
이때부터 수필을 쓰기 시작하여 생활인의 철학을 심도 있고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수필문학의 새 영역을 개척하였다. 8·15 광복 후에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장, 서울대·성균관대 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1946년에는 『독일어 교본』을 엮어내기도 했다.
1947년에 첫 수필집 『인생예찬』을, 1948년에는 수필가로서 위치를 굳힌 수필집 『생활인의 철학』을 발간한 뒤, 1950년 논문집 『교양의 문학』원고를 출판사에 남겨놓고 6·25때 납북되어 지금껏 생사가 묘연하다.그의 수필은 일상의 생활을 철학의 차원까지 끌어올렸으며, 또 그것을 유려하고도 꾸밈없는 문체로 표현한 점이 특 징이다. 특히 그는 신문학 이후 문필인들의 여기(餘技) 정도로나 여겨왔던 수필을 본격적인 문학의 장르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수필문학의 기틀을 다진 비조(鼻祖)로 불린다.
대표작으로는 [백설부], [주부송], [모송론], [교양에 대하여], [수필의 문학적 영역] 등이 있는데, 이 중 수 필의 문학적 영역은 한국수필의 기틀을 잡는 명문장이자 그의 문학성을 가장 잘 드러낸 글로 꼽힌다. 1958년 신아사가 수필과 평론 40편을 골라 펴낸 『청천수필 평론집』 등이 있다.현재 목포문학관 야외갤러리에 그의 생가터(목포시 남교동 135번지)에 있던 것을 옮겨온 표지석(우리문학기림회)과 김진섭 문학비(한국문인협회)가 세워져 있다.